GLP-1 계열 치료제 위고비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비만치료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지방만 빼고 근육은 지키는 차세대 기술이 등장하는가 하면, 당뇨·비만을 넘어 심혈관·신장·간질환 등으로 치료 영역을 넓히며 ‘만능약’ 반열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무분별한 처방과 오남용,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IT조선은 이번 기획을 통해 차세대 비만약 기술의 현주소와 확장 가능성, 열풍 뒤에 가려진 오남용 문제를 차례로 짚어본다.
당뇨병 치료제로 출발해 비만약 시장을 뒤흔든 GLP-1 계열 의약품이 간·신장·심장 등 전신 질환으로 치료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과 심부전, 관절염, 중독 치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GLP-1이 ‘만능 약’으로 진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GLP-1 계열 치료제가 살빼는 것을 넘어 간·신장·심장 등 전신 질환으로 치료 영역을 빠르게 넓히며 ‘만능 약’으로 진화하고 있다. / 챗GPT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 등 GLP-1 기반 치료제는 최근 몇 년 사이 당뇨·비만 외 질환에서 잇따라 효과를 입증했다.
가장 앞선 분야는 심혈관질환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심혈관질환이 있으면서 비만 또는 과체중인 성인의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로 추가 승인했다. 1만7600여명이 참여한 셀렉트(SELECT) 임상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위약보다 약 20% 낮아진 결과가 근거가 됐다.
신장과 간에서도 영역이 넓어졌다. FDA는 노보노디스크가 만든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오젬픽(위고비 당뇨병 치료제 브랜드명)’에 대해 지난해 제2형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을 함께 가진 환자의 신기능 악화·말기신장질환·심혈관 사망 위험을 낮추는 적응증을 추가했다. 플로우(FLOW) 임상에서는 관련 복합 위험이 위약보다 24% 감소했다.
같은 해 위고비는 중등도 이상 간섬유화를 동반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도 FDA 승인을 받았다. 임상에서 간섬유화 악화 없이 MASH가 해소된 환자는 위고비군 63%, 위약군 34%였다. 살을 빼는 약이 실제 간 조직의 염증과 섬유화 개선까지 보여준 것이다.
티르제파타이드 기반인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마운자로 미국 브랜드명)’는 비만을 동반한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체중 감소로 상기도 주변 지방과 압박이 줄면서 수면 중 무호흡·저호흡 횟수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GLP-1 계열 의약품의 다음 치료 대상으로는 심부전이 거론된다. 특히 비만과 밀접한 박출률보존심부전(HFpEF)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체중뿐 아니라 숨이 차는 증상, 운동능력, 삶의 질을 함께 개선했다. 연구진은 체중 감소 외에도 염증이나 혈관 기능, 심장 주변 지방 감소 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각 질환별 치료 가능성을 확보한 약물들. / 김동명 기자
무릎 골관절염에서도 의외의 성과가 나왔다. 비만과 무릎 골관절염을 함께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68주 동안 체중을 13.7% 줄였고 통증과 신체 기능도 위약보다 크게 개선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체중 감소에 따른 관절 부담 감소 효과가 큰 만큼 이를 직접적인 관절 치료 효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중독과 신경계 질환에서도 GLP-1 계열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소규모 임상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코올사용장애 환자의 음주량과 술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신호를 보였다. GLP-1이 뇌의 식욕 조절뿐 아니라 도파민 보상회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GLP-1 계열 약물인 릭시세나타이드가 운동기능 악화를 늦출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처럼 GLP-1이 여러 질환에서 효과를 보이는 배경에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각종 만성질환의 공통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있다. 체중이 줄면 혈압과 내장지방, 간 지방, 관절 부담이 함께 감소하고 심장과 신장의 대사 부담도 낮아진다. 여기에 GLP-1이 염증과 혈관, 신장, 뇌 신호체계에 직접 작용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GLP-1이 다양한 질환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체중 감소에 따른 간접 효과와 장기에 직접 작용하는 약리 효과를 구분해야 한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만능약보다는 전신 대사질환 치료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출처 : IT조선(https://it.chosun.com)